1. 서 론
부의 편중으로 인한 도시 불평등은 현재 진행중이다. 하지만 다음번의 주요 도시 불평등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열(熱)이 될지도 모른다(The Guardian, 2018).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건강 불평등이 심각한 도시문제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폭염 취약집단은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망 위험이 3배 더 높다고 하였다(Taylor et al., 2017). 그렇다면 서울은 폭염로부터 안전한 도시일까? 펜데믹을 겪는 동안 서울은 두 번의 여름을 보냈고 특히 2021년은 평년보다 2주 짧았던 장마와 이른 무더위로 1973년 이후 2번째로 평균 기온이 높았던 가혹한 여름이었다(KMA, 2021). 이때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열효율이 낮은 집에 거주하거나 냉방시설이 부재한 저소득층 가구는 코로나와 폭염으로 인해 고통이 가중되었을 것이다(Kyunghyang, 2021). 특히 더위에 취약한 노인계층과 한낮에 집에서 비대면수업을 했던 저소득층 아동은 더 큰 폭염의 위험에 노출되었을 것이며,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었다(Bae, 2021). 따라서 서울도 결코 폭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이로인한 건강불평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취약계층은 동일한 재난하에서도 상대적으로 회피 및 대응능력이 부족하다(Yoo, 2008). 따라서 개인 차원의 해결에는 한계가 있어 공공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폭염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에서는 ‘무더위 쉼터’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주로 노인정과 함께 운영되어 노인이 아닌 연령은 실질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펜데믹 기간동안 폐쇄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시설물 중심의 폭염 대책은 한계를 드러냈다(Hankookilbo, 2021). 따라서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그리고 기후변화로 폭염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이들의 주거환경은 본질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다만 제한된 정부예산을 고려해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곳을 시작으로 하는 점진적 주거환경 개선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의 열 취약지역 단계적 개선을 위한 폭염 취약성 평가를 목표로 하여 다음과 같은 순서로 연구를 진행하였다(Fig. 1). 우선 주거지역 간 폭염 심각도의 차이를 확인하고 여름철 기온 시공간 트렌드 분석과 함께 신체적으로 폭염에 취약한 사회인구학적 특성, 주거환경적 특성, 폭염에 대응이 어려운 경제적 특성을 검토 및 분석하였다. 이 결과들을 종합하여 폭염 취약성 지도를 결과로 도출하고 현장의 실제 상황과 교차확인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서울시에서 주거환경 개선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지역과 그 이후 차순위지역을 선정 및 제안 하였다.
본 연구의 차별성은 국내⋅외 최초로 도시 센서 데이터를 이용한 체감온도 기반의 도시 폭염 연구라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 폭염 분석에 있어 기온 대신 체감온도를 적용한 것은 본 연구가 폭염과 더위를 자연현상 자체로 접근하기보다 사람이 실제 느끼는 온도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시민의 건강과 관련한 많은 폭염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체감온도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체감온도는 습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름철 상대습도가 50%일때 체감온도와 기온은 같다. 하지만 상대습도가 10%가 높아질 때 마다 체감온도가 1 ℃씩 상승하므로 적도부근 바다에서 생성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여름은 습도가 높아 폭염을 더욱 가혹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하여 Lee et al. (2021)는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기온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여 폭염은 이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본 연구가 체감온도 추정에 있어 AWS (Automatic Weather Station)가 아닌 도시 센서 측정 자료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Park (2021)은 도시 센서는 지표에서 1.5~2 m 내외의 생활환경 높이에 설치되어 있어 AWS보다 현실적인 온도를 제공한다고 하였으며, ‘생활 기온’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도시 센서가 측정하는 기온의 특징을 최초로 정의하였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AWS 데이터는 품질을 보장하는 반면 공간해상도가 낮고 대부분 수십미터 높이의 빌딩 옥상에 설치되어 있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측정치라는 이슈가 있는 반면, 도시센서는 데이터 품질 측면에서는 다소 AWS보다 떨어지지만 도시공간 내에서 고해상도로 측정되므로 보다 실제에 가까운 측정자료라는 장점이 있어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를 추정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료라고 판단하였다.
2. 이론적 고찰 및 선행연구 검토
2.1 폭염과 체감온도의 정의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가 넘는 것을 의미하며, 기상청에서는 이 폭염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발령해왔다. 하지만 2020년 5월 15일 이후부터 체감온도 33 ℃ 기준의 폭염특보를 시범 운영중에 있다(KMA, 2021). 체감온도란 인간이 느끼는 더위나 추위를 습도, 바람 등의 영향을 더해 정량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여름철(5~9월)은 상대습도, 겨울철(10월~익년 4월)은 풍속을 고려해 산출된다(Open MET Data Portal, 2021). 여름과 같이 높은 기온하에서 습할 때 더 덥다고 느껴지는 것도 습도 10% 증가 시마다 체감온도가 1 ℃ 증가하기 때문이며(Open MET Data Portal, 2021) 따라서 종전보다 폭염주의보 기준이 좀 더 현실적으로 변경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2.2 폭염 심각도 및 취약성 요인
기상청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서울의 폭염일수는 2018년 총 35회로 최고를 기록했고 그 다음으로는 2016년 24회, 2021년 18회 순이었다(Open MET Data Portal, 2021). 이 폭염일수로 표현되는 폭염 빈도(Frequency)는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폭염 지표 중 하나로(Kim, Jung, and Kim, 2014) 그밖에도 강도(Intensity), 지속기간(Duration) 등이 있다. 본 연구에서 폭염 빈도 외에도 강도, 지속기간을 폭염 심각도 판단 지표로 모두 포함시킨 이유는 폭염과 관련한 다수의 연구들에서 빈도를 포함하여 강도와 지속기간은 건강관리와 폭염 대비책 마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지속기간이 긴 폭염은 단발성 폭염에 비해 신체의 체열조절 능력을 더욱 감소시켜 일사병과 같은 고온 관련 질병을 더욱 쉽게 유발한다. 따라서 폭염의 지속기간이 길어지고 강도까지 높아지면 신체적으로도 위험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전 분야에 걸쳐 피해가 폭넓게 발생할 수 있다(Gwak et al., 2015). 또한 단발적⋅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폭염은 더위 수준으로 느낄 수 있지만, 빈발(빈도와 관련) 및 장기화(지속기간과 관련)되거나 온도가 높아질수록(강도와 관련) 단순 더위를 넘어 건강 및 사회 전반에 재해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빈도, 강도, 지속기간)는 폭염 분석에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러한 폭염의 심각도에 따른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O et al., 2020). 동일하게 폭염에 노출되더라도 성인 대비 노인이나 영유아는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고, 빈곤계층은 폭염의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냉방기 등으로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2004년 이후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사망자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Kim, Jung, Lee et al., 2014). 여러가지 위험에 대한 취약계층은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그 취약성이 분류될 수 있는데, O et al. (2020)은 지역 내 위험노출에 대한 취약 계층에 대한 요인을 신체적 취약요인, 생활여건 취약요인, 경제적 취약요인 3가지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참고하여 폭염에 중점을 두고 취약 요인에 대한 각각의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여 Table 1과 같이 마련하였다.
Table 1
2.3 폭염 심각도의 차이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일최고 기온이 33 ℃를 초과하면 사망률이 급증한다(Kim, Jung, Lee et al., 2014). 그것은 폭염 기준이 33 ℃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단 1 ℃ 차이더라도 폭염 기준을 초과 혹은 미달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기온의 33 ℃ 초과 여부와 함께 폭염의 강도, 빈도, 지속기간의 차이에 따라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다르다. Lee et al. (2016)은 서울의 경우 일 최고기온 29 ℃ 이상에서 1 ℃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5.9%씩 증가한다고 하였고, Kang et al. (2016)은 1 ℃ 증가할 때마다 뇌졸증 사망자가 2.3-5.4% 증가하고 급성 심정지 발생률은 1.3%씩 증가한다고 하였다. 또한 Kim, Jung, Lee et al. (2014)은 폭염 빈도와 사망자수의 회귀분석을 통해 폭염일수의 증가에 따라 사망자수가 증가함을 밝혔는데, 이는 선형적이기보다 지수함수에 가까워 폭염빈도가 많아질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특징이 있었고 이러한 결과는 일본환경성 연구결과와도 유사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폭염 빈도가 증가하고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약적으로 신체에 악영향을 준다.
폭염이 심각해지면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해악(害惡)을 미친다. Liu et al. (2021)은 폭염 강도가 1 ℃ 증가할 때마다 정신과 관련된 사망률이나 질병률이 현저하게 증가한다고 하였고, Burke et al. (2018)은 미국과 멕시코 대상의 연구를 통해 온도의 상승은 자살률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따라서 같은 도시 내 동일한 폭염하에서도 폭염의 기준 초과 여부, 그리고 지역 간 온도차가 단 1 ℃라도 발생한다면 이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
2.4 연구범위 및 데이터
연구의 지역적 범위는 서울시 전체, 시간적 범위는 2021년 여름(6월 1일~8월 31일)이며 사용된 데이터는 서울 열린데이터광장(Seoul Open Data, 2021)에서 다운로드받은 1,100개의 스마트서울 도시데이터 센서(Smart Seoul Data of Things, S⋅DoT)의 환경정보를 이용하였다. 특히 이 센서는 기온과 상대습도를 동시 측정하므로 체감온도 산정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분석에 사용된 일최고 체감온도는 Eq. (1)과 같이(KMA, 2021) 일 최고기온을 기록한 동일 시간의 상대습도(RH)로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 Tw)를 먼저 계산하고, 이 습구온도와 기온(air temperature, Ta)을 이용하여 산정되었다.
(1)
Ta = 기온
Tw = 습구온도(Stull의 추정식)
RH = 상대습도(%)
이 모든 과정은 파이썬(Python) 함수로 구현하여 일 최고기온과 습도자료를 입력(input data)하면 체감온도(Sensible Temperature, ST)로 변환되어 출력(output data)되도록 하여 사용하였다. 다만, 도시데이터 센서자료는 AWS자료와 달리 기상청에서 품질을 관리하는 자료가 아니므로 이상치를 제거하여 사용하였다.
폭염 취약요인 분석 단위는 집계구이며 데이터는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 2020) 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받은 2020년 기준 통계지역경계(집계구경계), 집계구별통계(인구, 주택)와 ‘서울시민 KCB (Korea Credit Bureau) 생활금융 통계’의 집계구별 가구당 2020년 12월 소득자료를 협조받아 사용하였다.
3. 연구 방법
3.1 주거지역 간 폭염 심각도 편차 분석
1,100개의 도시데이터 센서 중 주택가 및 아파트 단지 등 대단위 주거지역에 위치한 지점을 선정하기 위하여 네이버 지도(Naver Map, 2021)의 위성영상 등을 활용하여 Fig. 2와 같이 서울시 25개 구별 주거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분석지점을 설정하고 가나다 순으로 번호를 부여하였으며 각 번호 앞에는 주거지역(Residential area)의 의미로 R을 기재하였다. 그리고 이 25개 지점에 대한 일최고 체감온도를 이용하여 폭염의 빈도, 강도, 지속기간 및 시종일(Start and End date)의 편차를 비교하였으며, 이에 대한 분석 및 시각화 도구는 R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였다.
3.2 체감온도의 시공간 패턴 마이닝
시공간 패턴 마이닝(Space-Time Pattern Mining)을 이용한 군집분석(Clustering)을 위해서는 Fig. 3과 같은 데이터의 변환과정이 요구된다. 우선 1,100개 도시데이터 센서의 위치 자료와 분석 전체기간 동안의 일최고 체감온도 테이블 자료를 **.nc확장자를 가진 하나의 파일로 생성하였다. 이 파일은 위치정보와 시계열 정보를 동시에 담고 있어 시공간을 동시에 고려한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어 체감온도의 변화나 위치가 유사한 속성들끼리 군집화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분석 단위는 1 km의 헥사곤(Hexagon)이며 생성된 446개의 헥사곤을 4개의 군집(k = 4)으로 분류하였다. 군집화에는 k-중앙값 군집(k-medoids clustering) 알고리즘이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평균을 사용하는 클러스터링 방법보다 이상치에 덜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다. 분석 도구는 ArcGIS Pro를 이용하였다.
이와같이 시공간 패턴 마이닝을 통해 분류된 4개 군집을 상대적 고온지역(High), 상대적 중⋅상온도지역(Middle-high), 상대적 중⋅하온도지역(Middle-low), 상대적 저온지역(Low)으로 명명하고 본 연구의 관심 대상인 즉, 동일한 무더위 하에 타지역보다 온도가 더 높은 상대적 고온지역의 지역의 위치를 파악하고 상대적 저온지역과의 폭염 심각도 및 온도차를 확인하였다.
3.3 폭염 취약요인 분석
앞서 Table 1에 제시했던 3개 취약 요인이 밀집된 지역을 추출하기 위해 Fig. 4와 같이 인구학적 요인은 인구수, 주택 요인은 주택수, 경제적요인은 가구수로 하여 각 요인별 취약변수를 집계구 단위의 GIS파일로 취득 및 가공하고 핫스팟 분석(Hotspot analysis)을 실시하였다. 핫스팟 분석은 공간 패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군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분석 방법으로 단순 강도를 나타내는 히트맵(heat map)과 달리 공간적 자기상관의 개념을 포함하며, 지도에 나타나는 붉은색(핫스팟)은 높은 값들의 군집이고 파란색(콜드스팟)은 낮은 값들의 군집을 나타낸다. 만약 취약요인 밀집 지역을 분류하기 위해 단순히 강도나 밀도로 분석하게 된다면 정책적으로 우선 관리해야할 지역이 집계구 수준의 소규모로 귀결될 수 있어 지역단위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인구요인의 경우 마치 아파트 단지에 취약요인이 밀집된 것처럼 나타나 분석 오류 발생의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취약요인이 집중된 지역을 용이하게 추출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가 동단위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집계구 단위 핫스팟 분석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핫스팟 분석 수행으로 얻어진 핫스팟 지역 중 99% 신뢰구간에 해당하는 지역을 각각의 취약변수에 대한 ‘밀집지역’으로 조작적 정의하였다. 다만, 인구학적 요인은 고령인구와 유소년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모두(OR조건) 고려해야 하므로 두 변수의 밀집 지역을 합집합하였고, 주택 요인은 ‘노후주택’이면서(AND조건) ‘열효율이 낮은 주택유형’을 추출하기 위해 두 변수의 밀집 지역을 교집합하였으며, 경제적 요인은 변수가 하나이므로 저소득 가구 밀집지역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여기서 ‘노후주택’이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명시된 노후⋅불량건축물 기준에 따른 1989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을 의미하며, ‘열효율이 낮은 주택유형’은 아파트 이외의 노후화된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을 의미한다.
최종적으로 위 세가지 취약성 요인 분석결과와 체감온도 클러스터 분석 결과를 중첩함으로써 서울 폭염 취약성 진단 지도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거환경 개선 우선순위를 제안하였다.
4. 분석 결과
4.1 주거지역 간 폭염 심각도 편차
서울시 주요 주거공간에 대한 폭염 심각도 비교 결과인 Fig. 5를 보면, 폭염 빈도, 강도, 지속기간의 지역 간 편차는 다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폭염 빈도를 살펴보면, 2021년 여름 기준 폭염 최다 빈도는 53일(R13), 최소 빈도는 28일(R03)로 최다⋅최소 두 지역 간 빈도 차이는 25일에 달했다. 더위가 평년 수준이던 6월에는 지역에 따라 1~7일의 폭염이 관측되었지만, 짧은 장마로 인해 무더웠던 7월에는 25개 모든 지점에서 20일 이상의 폭염이 발생했고, 특히 7월 20일~8월 10일 사이 빈발했다. 폭염 강도의 경우, 최고 강도가 가장 높은 것은 40.2 ℃ (R22)였고 가장 낮았던 것은 36.7 ℃ (R03)로 최고⋅최저 두 지역 간 차이는 3.5 ℃이었다. 폭염의 지속기간은 최장 지속기간이 가장 긴 곳(R12)은 32일, 최장 지속기간이 가장 짧은 곳은 12일로 최장⋅최단 두 지역 간 차이는 20일이었다. 가장 이른 폭염은 6월 9일에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지역이 8월 20일 이전에 마지막 폭염을 기록한 반면, R24 지점의 경우 8월 28일까지도 폭염이 발생해 같은 도시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폭염 심각도의 특성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2 체감온도의 시공간 군집분석
4.3 폭염 취약성 진단 및 주거환경 우선 개선지역 선정
체감온도 군집분석 결과와 취약 요인 밀집지역을 중첩하여 Fig. 7과 같이 서울시의 폭염 취약성을 진단하였다. 다만 폭염 취약성이 가장 부정적으로 진단된 구역에 대해 지번수준의 구체적 제시가 가능한 것이 본 연구의 장점이지만 해당 지역주민의 사적 영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행정동 단위로 언급하였다. 폭염 취약성 진단 결과에 따르면, 중구 광희동 2가⋅성북구 장위동 일부 집계구가 3개 취약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적 고온지역에 속한 ‘최우선 개선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진단 결과의 검증을 위해 Fig. 8과 같이 해당 지역의 거리뷰 사진을 통해서 주거환경이 매우 노후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취약성 진단 결과와도 일맥상통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구 광희동 2가 동대문역사문화공연역 일대는 이미 2020년 10월 27일 관리형 주거환경개선 사업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성북구 장위동 일부 집계구의 경우(장위동 62-1) 역시 재건축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2순위 개선지역’은 3개 취약 요인을 모두 갖추고 상대적 중⋅고온지역에 속하는 지역이며 종로구 창신동, 양천구 신월동, 강북구 미아동, 용산구 보광동, 영등포구 대림동 일부 집계구가 이에 속했다. 이중 보광동 일대(보광동 272-3)에서는 이미 재건축이 진행중이었다. 마지막 ‘3순위 개선지역’은 2개 취약요인(인구학적⋅주택요인)이 성립하면서 상대적 고온지역부터 상대적 중⋅고온 지역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단하였다.
5. 토 의
서울 내 지역 간에도 폭염 심각도와 체감온도에 다소 큰 편차가 존재해 폭염에 더 노출되는 지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취약요인이 밀집된 곳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에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 혹은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매우 다양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공공은 폭염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건강 불평등 문제의 해소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용이한 해소방법은 단열재를 사용하여 이들의 주거환경을 개⋅보수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4층 이하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에 거주하면서 집수리를 원하는 시민들을 위해 지원사업을 진행중에 있으나 실질적으로 폭염조차 회피가 어려운 노인들이나 저소득층이 접근하고 이용하기는 어려운 정보이다. 따라서 사회와 공공은 생명과 직결되는 폭염으로부터 이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한다.
서울의 폭염 심각도에 대한 고찰을 위해 주거지역 25개 지점에 대한 폭염 빈도-최장지속기간-최고강도를 Fig. 9와 같이 한 그래프위에 표현해 보았더니 폭염 심각도가 높은 그룹과 상대적으로 낮은 그룹이 비교적 잘 구분되어 폭염 심각도의 편중이 존재함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폭염 심각도가 높았던 이 주거지역들은 시공간 패턴 마이닝 분석을 통해 나타난 상대적 고온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지점간 비교분석 결과와 시공간 군집분석 결과 사이의 유사성을 확인하였다.
같은 도시공간에서 이러한 폭염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다양한 도시환경 및 지형, 토지 이용 등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를 규명하는 것은 연구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분석에 사용된 자료를 통해서 습도의 차이가 체감온도 차를 유발한다는 점은 확인이 가능했다. 예를 들면, 2021년 7월 23일 기준 폭염 최장기간이 가장 길었던 R12 (39.6 ℃)과 폭염 최고 강도가 가장 강했던 R22 (39.8 ℃) 지점의 일 최고기온 차이는 실제 0.2 ℃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대습도가 각각 36% (37.8 ℃)와 54% (40.2 ℃)로 18% 차이가 나면서 두 지점 체감온도 차가 2.4 ℃에 달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상청에서 체감온도로 폭염특보를 발령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점차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더불어 본 연구를 통해 체감온도를 이용한 폭염 연구가 더욱 활성화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6. 결 론
서울의 2021년 여름을 대상으로 체감온도를 이용해 주거지역 내에 설치된 25개의 지점간 폭염 심각도를 비교한 결과, 편차 최대치는 빈도 25일, 강도 3.5 ℃, 지속기간은 20일인 것으로 나타나 동일한 도시 내에서도 거주지역 간 폭염의 심각도에 유의미한 편차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서울의 폭염 취약성을 진단하기 위해 시공간 패턴 마이닝 기법으로 서울 전역의 체감온도를 군집화해 상대적 고온지역과 저온지역을 구분하고, 이 상대적 고온지역과 폭염 취약요인 밀집지역을 중첩하여 폭염 취약성을 진단하였더니 서울의 가장 더운 지역이면서도 동시에 폭염 취약요인이 모두 성립하는 지역이 관찰되었다. 폭염은 기후변화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므로 공공과 사회에서는 해당 지역 주거환경의 개⋅보수 등 다양한 정책 등을 통해 건강불평등 해소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들과는 달리 습도가 고려된 체감온도를 이용해 분석함으로써 사람이 느끼는 현실적인 폭염을 연구했다는 특징이 있어 향후 체감온도를 이용한 다양한 폭염 대응 정책 연구에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