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의 CBS 긴급재난문자 이해도 분석연구
Analysis of Degree of Understanding for CBS Alerting Texts of North Korean Def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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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긴급재난상황시 다수의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CBS 재난문자방송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CBS 재난문자방송은 간략하고 쉬운 문장으로 구성되어있으나, 외국인 및 북한이탈주민은 적절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에게 28개의 CBS 표준문안을 보여주고, 이해도를 5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남한에 10년 이상 거주한 북한이탈주민은 대부분의 문안을 정확하게 이해하였으나, 5년 미만 거주한 북한이탈주민은 한자어와 외래어가 포함된 어휘의 이해를 곤란해 하였다. 또한, 남한 거주 기간이 긴 북한이탈주민일수록 잠재적인 미래의 북한이탈주민이 표준문안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실제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표준문안 이해정도가 CBS 담당자의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결과는 긴급 재난상황의 전파체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rans Abstract
CBS are widely used to provide information to a large number of residents in emergency situations. Although texts of CBS consists of simple and easy sentences, foreigners and North Korean defectors may not understand properly. In this study, 28 CBS standardized alerting texts were shown to North Korean defectors and the degree of understanding was measured on 5-Likert Scale. Although North Korean defectors who lived in South Korea for more than 10 years correctly understood most of the texts, defectors who lived for less than five years had difficulty in understanding the vocabulary including Chinese and other foreign words. In addition, the North Korean defectors with a longer residence period in South Korea believed that potential future North Korean defectors would be able to understand the standard text better. This shows that the degree of understanding of the standard text can be lower than the expectations of the CBS staff in case of North Korean defectors. The results of this study are expected to be applied to the propagation system of emergency disaster situations.
1. 서 론
긴급재난상황 발생시 사전에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및 기상청은 폭우, 대설, 폭풍, 해일, 폭염, 지진 등의 기상특보시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발령시나 민방공상황정보와 방사성물질 유출 등의 긴급상황도 휴대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긴급상황 발생 또는 발생 예상지역에 전달되는 긴급재난문자는 2013년 이후 제조된 모든 휴대폰에서 CBS(Cell Broadcasting Service) 재난문자방송기능으로 모든 시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CBS 재난문자방송은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재난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상황에 맞는 대비 및 조치를 취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여, 재난으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를 저감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CBS 재난문자방송의 문구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재난관련 정보를 글로 전달한다는 한계가 있으나, 우리나라는 문맹율이 매우 낮아 정보의 전달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호간에 이질적인 언어 표현이 존재하는 북한이탈주민(Sung, 2007) 등 우리 글과 말이 서툰 사람들에게는 정보전달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긴박한 순간에는 신속한 정보전달이 곤란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북한이탈주민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해 10명 이내에 불과했던 북한이탈주민은 김일성의 사망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연간 2,000∼3,000명에 달하고 있다. 2014년 10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의 숫자는 약 27,253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Ministry of Unification, 2014). 북한이탈주민의 적응 및 정착을 위해 북한이탈주민정착사무소(하나원)과 전국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남북한 간의 언어차이로 인하여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Kang, 2010; Moon, 2007; Lee, 2003).
Kim(2005), Lee(2006), Jung(2002) 등은 언어실태 조사를 통하여 북한이탈주민이 겪는 언어 적응문제를 보고하고 있으며, Park(2002), Choi(1999) 등은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어 의사소통에서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남북한 언어 간의 이질화 수준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Sung, 2007; Seong, 1992; Yook, 1996; Yoon, 2012).
남북한의 언어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재난의 전파 및 대비측면에서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긴급재난 문자의 속성상 짧고 간결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어, 북한이탈주민이 긴급 재난방송 및 긴급재난문자를 듣거나 보고, 문구나 의미를 쉽게 이해하지 못해 대피 및 조치가 늦어질 수 있다. 재난문자를 통한 재난관련 정보의 정확한 전달 여부가 추후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의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수행하여 행정안전부에서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2. 남북한 언어 차이와 북한이탈주민 교육 현황
2.1 남북한 언어 이질화의 배경과 원인
남북한은 사회체제의 문제로 서로 접촉하지 못함으로써 언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달하였다. 또한 남북한은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언어정책을 가지고 각기 다른 공용어를 사용해 왔다. 북한의 표준어는 문화어(文化語)라 칭하며, ‘평양말을 중심으로 한 노동 계급의 이상과 생활 감정에 맞도록 규범화한 말’로 정의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 문화어를 제정하고 북한의 표준어로 발전시키기 위해 1960년대 후반 문화어 운동이 시작되었다. 신속한 문맹 퇴치를 목적으로 문화어 운동에서는 문화어에서 한자어를 배제하였으며, 이러한 어휘정리는 분단으로 시작된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더욱 가속화하였다(Choi, 1999).
미국 등 서방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인 남한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경제 발전 및 외래어의 남용으로 신조어가 출몰하고 언어가 급변했으며, 북한은 ‘김일성 주체사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언어를 개조하여 말씨가 거칠며 전투적인 인상을 주도록 변화하였다(Yoon, 2012). 정치적 분단으로 인한 언어의 분리와 더불어 이러한 사회, 문화, 정치적 요인들 때문에 현재 남북한의 언어 사이에는 서로 다른 어휘가 존재하며, 같은 단어에서도 많은 의미차이가 존재한다.
2.2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언어교육 현황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12주(총 420시간)간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기초소양 교육을 받는다. 하나원 기초 교육 수료이후 자신의 거주 지역의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서 4주간 초기 집중교육을 받으며, 이때 간단한 남북한 언어 및 발음차이 등을 배우게 된다. 하나센터 언어교육 프로그램은 2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며, 1단계에서는 발음교정, 기초적인 단어 및 문장 다양한 표현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표준어교육 등을 수행한다. 2단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폭넓은 의사소통 가능한 수준의 교육을 수행한다(Ministry of Unification, 2014).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남한 사회 언어적 적응을 위한 준비는 이들의 사회정착에 매우 중요한 변인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언어 교육은 그 내용 및 방식 모두에서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Lee, 2015).
3. 연구방법 및 대상
본 연구는 휴대폰 재난문자방송 표준문안 28개를 북한이탈주민에게 보여주고, 이해정도를 설문을 통해 확인하였다. 설문대상은 남한에 입국한지 일정시간 이상의 시간이 흘러 비교적 남한의 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Jung(2002)은 북한이탈주민이 남북한 간의 언어 차이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게 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하였으며, Liu and Schneider(2001)는 18개월 이내에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의 언어에 민감한 시기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하나원 교육을 수료한지 3년이 넘은 북한이탈주민을 설문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수행하여, 지원센터 방문 및 노출을 꺼리는 남성의 설문 숫자가 적었다. 총 19명의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설문대상자는 평균적으로 32.4세에 입국하여 7.9년간 남한에 거주한 40.3세의 여성이다. 설문 대상자의 성별, 연령, 탈북 후 대한민국 입국 후 체류기간 등의 기초정보는 Table 1과 같다.
행정안전부, 홍수통제소, 기상청, 환경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경찰청,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서 CBS를 통해 주민에게 발송되는 문자의 표준문안 28개를 설문대상자에게 공개한 후 이해정도를 5점 척도로 묻는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하였다. Table 2는 설문 대상자에게 제시된 28개의 CBS의 재난공지를 위한 표준문안이다.
4. 설문 및 분석결과
제시된 표준 문안에 대하여 본인의 이해정도를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1점)’에서부터 ‘이해하기 매우 쉽다(5점)’ 까지의 5점 척도(5-Likert Scale)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또한, 최근에 남한에 입국하거나, 장차 입국할 잠재적인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 표준 문안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동일한 척도로 답변하도록 하였다. Fig. 1은 체류기간에 따른 표준문안에 대한 이해도를 나타낸다. 남한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수록 이해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체류기간 10년 이상인 경우 대부분의 문안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며, 5년 미만인 경우 이해도가 낮게 나타났다. 5∼10년의 경우 이해도에 있어서 개인적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향후 한국에 입국하게 될 미래의 북한이탈주민이 자신들보다 표준문안 이해정도가 다소 낮을 것(5점 척도 중 1점만큼의 차이)으로 생각하였으며, 남한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었던 대상일수록 본인과 새로 입국하게 될 미래의 북한이탈주민 간의 표준문안 이해도 격차가 클 것이라고 답하는 경향이 나타났다(Table 3). 다만, 절대적인 표준 문안 이해도에 있어서는, 한국에서의 체류시간이 길수록 새로 입국하게 될 미래의 북한이탈주민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본인이 남한에서 오래 거주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새로운 북한이탈주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표준문안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Fig. 2), 이는 남한에서의 체류기간과 현재 연령이 선형관계에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입국 당시의 나이는 본인의 이해도 및 새로 입국할 북한이탈주민의 이해도 모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4).
표준 문안에 사용된 단어 중 북한에서 잘 사용하지 않거나, 이해하기 힘든 단어로는 해일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으며(11회), 테러(9회), 노약자, 비닐하우스, 감염병(각 6회) 등이 뒤를 이었다. 미세먼지, 휴대품(각 5회), 폭염, 결속(각 4회) 등의 단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상위순위에 포함되었다. 주로 한자어나 외래어 등 특정 단어에 대한 이해를 어려워하였으며, 문장구조 등 전반적인 의미전달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 결 론
본 연구에서는 남한에 거주 중인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하여 CBS 표준문안 이해도를 분석하였다. 설문자 본인과 장차 입국가능성이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표준문안 이해도를 5점 척도로 평가하였다. 그 결과 남한거주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 표준문안 이해도가 낮았으며, 10년 이상인 경우는 대부분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들 한자어 및 외래어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자어를 포함한 신조어 등의 어휘를 이해하기 곤란해 하였으며, 전반적인 문장구조 등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남한에 오래 거주할수록 잠재적 북한이탈주민들이 표준문안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즉, 표준문안 작성 및 발송 담당자를 포함한 남한 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실제보다 표준문안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며, 실제 북한이탈주민들은 재난 정보의 이해도가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다. 이는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정보의 전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 결과를 기초로 외국인, 북한이탈주민 등을 대상으로 재난정보 전달방법에 따른 이해 정도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추가한다면, 재난정보 전달 체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국민안전처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단(자연피해예측및저감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연안도시지역별 복합원인의 홍수 취약성 평가기술 개발 및 대응 방안 연구’ [MPSS-자연-2015-77]과제의 성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