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전 세계적으로 해안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해안 침식의 가속화, 영구적인 침수, 폭풍 해일로 인한 홍수 증가, 담수 자원으로의 바닷물 침입, 연안 습지의 파괴 등의 피해가 다수 예상된다(Nicholls et al., 2007; Nicholls and Cazenave, 2010; IPCC, 2021). 21세기에는 해양 온난화가 1971~2018년도의 변화보다 4~8배(SSP5-8.5)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IPCC, 2021). 우리나라에도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인해 해안가의 인구 및 시설 밀집 지역에서 대규모 침수가 발생하여 산업 시설의 피해가 상당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 수위가 증가하며(Nicholls, 2011) 해안 도시 재난의 빈도와 규모는 이례적으로 커지고 있다.
자연 재난 피해는 인구와 재화가 집중된 도시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Lee, 2020), 이러한 도시들은 대개 해안이나 강을 따라 발달해 왔다. 특히 수자원 이용을 위해 산업 시설들이 다수 위치하여 기후 위기로부터 더욱 취약하다. 앞으로 해안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면 더욱 산업, 건축 환경, 농업 분야 등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 부문의 영향은 경제적 피해의 핵심이 될 것이다(Kron, 2009; Nicholls, 2011; Hinkel et al., 2014).
자연 재난의 경제적 피해액은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더욱 늘어나며, 특히 산업 부문은 침수로 인한 건물 파손 등이 발생하면 해당 산업은 물론 연관된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해 간접피해도 반드시 분석되어야 한다. 한국 역시 대규모 산업단지들이 해안 도시에 많이 위치해있어 이러한 직⋅간접 피해액의 종합적 추산을 통한 해안 침수의 영향 분석을 바탕으로 세밀한 방재 대책 및 복구 대비가 필요하다. 아시아는 아프리카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손실이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이며(Hallegatte et al., 2013)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전 연안이 해안 침수에 더욱 취약하다(Kim et al., 2005). 또한 한국은 하천과 해안이 만나는 하구를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들이 많다(Im et al., 2020). 따라서 해안 침수의 경제적 피해액이 크며, 이를 정확하게 추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한 해안 침수의 직접적 피해액을 계산한 연구는 다수 있었지만,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추정한 사례는 한정적이다. 산업을 주관적으로 간단하게 재분류하는 경향도 있었다(Choi et al., 2019). 또한, 일반적으로 주거 용도를 중심으로 객체기반 방식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건물 피해액 산정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나(Lee and Choi, 2011; Tezuka et al., 2014; Komolafe et al., 2018; Na and Choi, 2019; Hwang and Yoo, 2022) 산업용 건물과 주거용 건물은 특성이 다르므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Hyun and Kim (2019)은 산업연관분석을 이용하여 한국 내 풍수해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간접 손실까지 포함해 산출한 소수의 연구 중 하나이다. 피해 부문에 대하여 30개의 대분류 기준을 적용하여 매핑하였으며 산업별로 손실 승수를 적용하여 간접피해를 추정했다는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피해 항목과 산업 항목을 매핑할 때 부문을 상세히 반영하지 못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산업 용도별 객체마다 구조물과 내용물 및 재고자산 등 세분화된 항목을 반영한다면 더욱 정확한 값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방글라데시, 중국의 경우 투입-산출 모델을 활용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의 간접피해를 추정하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Hasegawa et al., 2009; Haque and Jahan, 2015; Li et al., 2018; Jin et al., 2020).
본 연구는 해안에 산업 시설이 밀집되어 있고, 2022년 기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GRDP)이 전국 최고 수준인 울산을 대표적 사례로 하여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심각해질 해일로 인한 해안 침수의 직⋅간접 피해액을 추정한다. 해안 침수 피해는 산업별로 상이하고, 산업 간 상호의존으로 간접피해는 직접피해보다 더 클 것이나, 간접피해 역시 산업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가설을 토대로 울산의 침수 건물 용도별 예상 직⋅간접 피해액을 침수 빈도에 따라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해안 침수 피해 비용-편익 분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정확하고 현실적인 해안 침수의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재난 대비 및 복구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분석 방법 및 결과는 울산뿐 아니라 해안선 밀도가 높은 다른 지역 또는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어 해안 도시에 대한 자연재해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에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 연구 방법
2.1. 연구 대상
연구 대상 지역은 울산광역시로 선정하였다. 울산광역시는 한국 동남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동쪽 지역은 동해와 접하고 있다. 복잡한 해안선과 다양한 하천이 만나고 해안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프라와 산업들이 분포하고 있다. 2022년 통계청 지역 소득 통계 기준, 주요 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업이 전국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지역 내 총 생산 50% 이상을 기인하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상대적으로 적은 면적에 고밀도의 특정 산업단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해안 침수로 인한 피해가 다른 지역 대비 두드러진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산업 단지가 위치한 다른 국내외 해안 도시 연구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2.2. 데이터
본 연구는 사례 지역으로 울산의 해안 침수 지역과 교차되는 건물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울산광역시의 건축물 GIS 데이터는 건물 통합 정보로 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2024)에서 구득하였다. 전체 건축물 개수는 총 254,724개이며, 본 연구 목적에 따라 주거 건물은 건물 데이터에서 제외하고, 비주거 건물을 용도별로 구별하여 데이터를 정제하였다. 피해 건물 항목에 매핑되는 산업의 투입-산출에 대한 경제 데이터는 Bank of Korea (2020)에서 구득하였다.
2.3. 분석 방법
2.3.1. 건물 피해 산정 방법
건물별 피해를 산정하기 위해 본 연구는 50년, 100년, 150년, 200년 해일 위험 지도와 건물 인벤토리 정보를 QGIS로 중첩하여 침수 위험이 있는 객체를 파악한다. 침수 면적은 해안 침수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침수 면적이 넓어질수록 피해액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빈도별 해안 침수 범위에 따라, QGIS의 공간연산을 통해 건물의 피해 면적과 침수심을 결정한다.
Table 1과 같이 건물 피해액은 건물 구조물 피해액과 건물 내용물 피해액으로 구분하여 산정한다. 건물의 침수는 객체의 공간 정보인 위치, 높이, 자산 가치 등을 고려하여 계산한다. 건물 구조물 가치의 경우, 산업 시설(공장)의 연면적과 Table 2의 건물 신축 가격을 곱하고, 건물 데이터의 내구연한을 이용하여 감가상각률을 적용해 산출한다. 침수가 통상 3m 미만이므로 건물 층수는 1층으로 적용한다. 건물 구조물 가치를 산정할 때, 건물이 노후화되는 경우에도 일정 수준의 가치가 포함된 잔존율 20%로 적용했다(KDI, 2019). 건물 내용물 가치는 건물 구조물 가치에 Table 2의 건물 구조물 가치 대비 건물 내용물 자산 가치의 비율(Content-to-Structure Value Ratio, CSVR)을 곱하여 산정한다. 건물 구조물 및 내용물 가치를 계산한 후 Table 3을 참고하여 각각의 침수심에 따른 손상률을 곱하여 피해액을 도출한다.
Table 1
Table 3
2.3.2. 해안 침수 예상 피해액 산정 방법
예상 피해액 산정은 Jung et al. (2022)에서 제공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계산한 빈도별 피해액을 내⋅외삽하여 연간 기대 피해액을 산정한다. 침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무해 빈도는 KDI (2017)에서 제공하는 5년을 적용했으며, 5년 빈도 이상의 해안 침수 피해액은 로그 함수를 이용해 외삽하여 계산한다.
산정하는 가장 낮은 빈도를 L, 그에 따른 생기 확률은 빈도의 역수로 fL=1/L이다. L에서의 피해액D(L)은 로그 함수로 가정하여D(L) = α ln(L)+ β 로 정의한다. 연간 기대 피해액은 연간 생기 확률과 피해액을 결합하여 계산한다. 무해 빈도인 5년 빈도 해안 침수와 저빈도 L해안 침수 사이의 예상 피해액은 다음과 같은 Eq. (1)로 나타낸다.
계수 α 와β는 5년 무해 빈도를 적용하여 연립방정식 Eq. (2)를 활용하여 계산한다.
도출한 α = D ( L ) 1 n ( L / 5 ) 와 β = -α×ln(5)를 연간 예상 피해액 적분식 Eqs. (3)~(6)에 대입하여 최종적으로 해안 침수에 따른 예상 피해액을 도출한다.
2.3.3. 직접 피해 부문과 산업연관표 매핑
재난에 대한 총 손실은 직접피해와 간접피해의 합으로 이루어지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개인과 기업의 자산 피해, 인명 손실, 공급망 중단 이후에 발생하는 간접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진다(Koks and Thissen, 2016). 재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에 관해서 다수 연구를 통해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 내에서의 정의도 다양하다. 간접피해에는 대체로 즉각적인 영향 이후에 산업의 사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 직접 피해가 없었지만 기업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른 산업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 단기 및 장기의 유동성 손실, 서비스 중단 손실 등이 포함된다(Hallegatte, 2014). 예를 들면 해일로 인해 일차적으로 공장의 건물이나 시설 손실이 발생하고, 해당 공장이 복구되기 전까지 다른 산업으로 투입물 공급이 중단되어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해안 침수로 인한 울산 내 주요 산업의 간접피해 추정을 위해, 직접 피해 항목과 산업연관표 내 산업 기본 부문 380개 항목을 매핑하여 산업별 파급효과를 추정한다. 재난으로 인한 건물의 물리적인 피해는 건물 구조물, 건물 내용물, 재고자산의 피해로 구분된다. 건물 내용물과 재고자산의 간접피해에 대한 부분은 KDI (2019)의 자료와 미국의 Hazus-MH의 자료, 한국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산업연관분석 해설을 참고하여 Table 4와 같이 정리하였다. Hazus-MH에서 제시된 건물 내용물에 대한 자료는 다수의 보험 자료 등을 활용한 방법으로 정확한 가치 추정이 반영되었다. 건물 내용물은 가구, 구조와 일체화되지 않은 장비, 컴퓨터 및 기타 비품을 말한다. 조명, 천장, 구조물과 일체화된 기계 및 전기 장비, 비구조적 구성품은 포함되지 않는다(FEMA, 2012). 부피가 커서 이동이 불가능한 품목, 완전히 침수되었을 때 재사용이 불가능한 품목, 섬유 등 침수에 민감한 품목, 생산 활동을 위한 원재료 등을 매핑하고, 공급 중단으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품목들은 제외한다(KDI, 2019).
Table 4
2.3.4. 투입-산출 분석
투입-산출 모형(Input-Output model)은 재난 재해의 영향을 신속하게 추정하거나 재난 발생 전 재난 대책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해당 모형은 공급능력 변화의 가능성이나 재해 이후의 가격 변동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으나 모델이 단순하고 중간 공급과 최종 수요를 통해 산업별 지역 간의 상호 의존성을 반영해 고차적 파급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Okuyama and Santos, 2014; Koks and Thissen, 2016) 실무적으로도 활용하기 용이하다.
본 연구는 해안 침수 직접 피해액 자료를 토대로 한국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산업연관표 중 기본 부문의 국산 거래표를 활용하여 투입산출표를 작성한다. 먼저 투입산출표에서 1부문의 중간투입내역과 총 투입액을 도출하여 나누어 Eq. (7)으로 투입계수를 계산한다.
여기서 aij는 국산 투입계수를 의미한다. xj는 j부문의 총 투입액, xij는 j부문의 산출을 위해 투입되는 i부문의 국산 중간투입액을 나타낸다. 투입계수는 산업 간 상호 의존성을 나타내고, 해당 산업의 생산함수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며, 흔히 레온티에프 생산함수로 알려져 있다(Bank of Korea, 2015). 투입산출표를 통해 산업 간 파급효과를 계산할 수 있지만, 부문 수가 많으면 피해가 수렴할 때까지 무한히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역행렬을 활용하여 생산유발계수를 도출하고 산업별 파급효과를 추정한다.
투입산출표에서 중간 수요와 최종 수요의 합계에서 수입과 잔폐물 값을 차감하면 총 산출액과 일치한다. 이를 방정식으로 만들어 다음과 같은 행렬로 나타낼 수 있다.
Eq. (8)을 다음과 같이 Ax + y - m - z = x 로 축약하여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서 A는 투입계수행렬, x는 총 산출액 벡터, y는 최종 수요 벡터, m은 수입액 벡터, z는 잔폐물 벡터를 나타낸다. 이를 x에 대한 해로 도출하면 x = (I-A)-1(y-m-z)가 되는데 여기서(I-A)-1를 무한등비급수의 합으로 표현하면 최종 수요 한 단위 발생에 따라 유발되는 간접 파급효과를 합한 생산유발계수를 의미하고, 투입계수를 이용하여 무한한 파급효과를 계산한 결과와 같게 된다. 최종적으로 생산유발계수를 활용하여 해안 침수에 따른 간접 피해액을 도출한다.
(8)
Eq. (9)에서의 공장 건물의 건물 피해액 BDk에 총 제조업 시설에 대한 k산업의 매출액 비율 rk를 곱하여 산업별 직접 피해액을 계산한다. k산업의 직접 피해액Directk에 피해 항목과 매핑된 i산업 부문의 생산유발계수의 총합을 곱하여 k산업의 간접 피해액Indirectk를 계산한다.
고용 유발 계수는 특정 산업의 단위 생산량 증가 시 경제 전반에 걸쳐 유발되는 총 고용 증가량을 의미하며, 이는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에서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고용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고용유발계수로 산업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반영하여 특정 산업의 직접적인 피해가 다른 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Bank of Korea, 2015).
고용유발계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Eq. (10)과 같이 i부문별 비용 보수(노동 투입량) Li를 부문별 총 산출액Xi으로 나눈다. 계산한 고용 계수의 대각 행렬을l ^ 이라 하면 L = l ^ x 가 된다. 이 식에 x = (I-A)-1(y-m-z)를 대입하여 고용유발계수 행렬 l ^ ( I − A ) − 1 을 도출한다.
3. 분석 결과
본 연구의 분석 결과, Fig. 1(a)와 같이 울산광역시 건물의 피해액을 용도별로 계측한 전체 직접 피해액 중 공장이 92%를 차지하였고, 공장의 피해액 대부분은 주요 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해양으로 80% 이상을 차지하였다. 울산의 남구, 동구, 북구는 울산 주요 산업의 중심지로서 인프라 및 개발이 해안선을 따라 집중되어 있고, 높은 개발 밀도로 인해 자연적인 방어율이 낮다.
Fig. 1(a)내 오른쪽 그래프는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해양 산업의 직⋅간접 피해액의 비율이다. 재난 발생 이후 피해의 수렴에 대응하는 파급효과로 인한 간접 피해액이 총 피해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다수의 논의가 주로 직접적인 피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간접적인 피해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Fig. 1(b)는 해안 침수로 건물 피해를 받은 산업의 생산유발계수와 이에 따라 산업 시설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발생하는 고용 인구의 피해를 나타낸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간접피해가 승용차 부문보다 자동차 부분품을 다루는 산업이 다른 다양한 제조업, 서비스업, 판매업 등으로 많이 투입되면서 생산유발계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프타를 포함한 기초 유분, 기초 유기화합물 등은 주로 석유화학 산업에 많이 투입된다. 이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플라스틱, 합성 섬유, 농업 산업 등 최종 제품 제조에 사용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부문으로 투입된다. 또한 석유화학 부문에서 생산유발계수가 두드러지는 합성수지는 건축 및 건설, 운송장비,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피해의 영향이 넓은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조선 해양 산업의 경우 선박 관련 산업, 외항 운송 및 하역 서비스, 항만 등 관련된 좁은 범위에서만 파급되어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에 비해 간접피해의 비율이 낮게 추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용유발계수의 경우 산출 과정에 생산유발계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그 결과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만, 해당 산업의 고용자 수가 더 많은 산업의 경우 생산유발계수가 높더라도 관련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고용 증가량은 다르게 산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프타 제조 산업과 지방족 기초 유분 산업을 비교하면, 나프타 제조 산업이 총 산출액과 생산유발계수는 지방족 기초 유분 산업에 비해 높지만 피용자보수(산업에 투입되는 노동량)는 낮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유발되는 고용 증가량은 낮게 산출되었다. 따라서, 재난 관리 및 보상 정책 수립 시 간접피해 보상에서 산업의 총매출액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며 고용자 수, 총 산출량, 파급효과까지 고려하여 타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상호작용을 반영해야 함을 시사한다.
Fig. 2와 같이 특히 남구와 북구는 평탄한 해안선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해안 침수에 취약하고 남구는 석유 화학 단지, 북구는 자동차 공장 중심으로 높은 밀도의 공장 지대가 해안 침수 지역과 교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Fig. 3은 주요 산업에서 특히 생산유발계수가 높았던 두 산업의 파급효과를 상세하게 분석하였다. Fig. 3(a)는 합성수지 산업의 경우를 다루고 있으며, 합성수지가 최종 제품으로 생산되는 다양한 산업의 원료로 사용됨을 보여준다. 특히 플라스틱 관련 제품, 섬유 관련 산업에 가장 많이 투입되고 있다. 또한, 산업용 제품뿐 아니라 건설 산업에도 대량으로 투입되어 원자재 공급에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피해를 발생시킨다. Fig. 3(b)는 자동차 부분품 제조 산업에 해당되는데, 이 산업이 자동차 관련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운송 서비스 및 기계 관련 제품 등 여러 부문에 투입되면서 그 영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산업별로 투입되는 부문의 범위와 비율 차이는 간접피해 영향을 다르게 한다. 해안 침수 영역이 어느 산업 시설과 중첩되느냐에 따라 피해 결과는 달라지며, 특정 산업에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전반적인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인지도 달라진다. 이처럼, 주거 자산과 달리 산업 자산은 그 특성이 상이하므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장 건물의 평균 단가가 아닌, 산업 시설별 자산을 기반으로 피해액을 추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Table 5는 최종적인 울산광역시 주요 산업별 직⋅간접 피해액을 나타내고 있다. 석유 화학 산업이 특히 두드러지게 간접 피해액이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석유 화학 산업은 다른 기업 및 산업과의 상호 의존도가 높으므로 침수에 의한 직접적 피해로 운영이 불가할 경우 공장에서 생산되는 투입들이 중단됨으로써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해안지역의 산업단지들은 특히 상호 간의 원자재, 부품, 서비스의 교환이 용이하도록 주로 여러 산업이 모여 있는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어 직접 피해로 인한 간접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해안지역의 산업 클러스터 내에서 특히 상호 의존성이 높은 산업들을 식별하고, 이들 산업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신속하게 지원 및 대응이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4. 결론
인간의 영향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해안 침식, 영구적 침수, 홍수 등의 다양한 피해가 예상된다. 21세기에는 해양 온난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에서도 대규모 침수 사태가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안지역에는 인구와 산업 시설 및 자산이 집중되어 있어 이러한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경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국가로 해안 침수의 큰 피해가 예상되지만, 그 경제적 파급효과 추정 연구 및 정책적 대응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울산광역시 주요 산업 시설 해안 침수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50년, 100년, 150년, 200년 빈도의 해안 침수 상황을 활용하여 객체기반 분석을 통해 건물별 연간 예상 피해액을 추정하였다. 그 결과, 재난의 총 손실 중 간접 피해액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해안 도시는 주로 해안선을 따라 물류 및 산업 시설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간접 피해액을 제한적으로 고려하면 피해를 과소 추정하게 되고, 단순히 일차적 직접 피해만을 고려한 우선순위에 따라 복구 지원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
울산광역시의 해안 침수로 인한 건물 용도별 피해액을 분석한 결과 공장이 전체 직접 피해액의 92%에 달하며, 특히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해양 산업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울산의 남구와 북구는 해안선이 평탄하여 침수에 취약하고, 이 지역에 집중된 고밀도 공장 지대가 큰 피해를 받는다.
직접 피해의 즉각적인 발생 이후 간접피해의 영향을 투입-산출 모델을 이용하여 산업별로 분석한 결과, 산업 시설에 따라 투입되는 산업의 범위 및 의존성의 차이가 간접피해의 크기를 결정하였다. 예를 들어, 석유 화학 산업은 넓은 범위의 제조 산업 부문에 투입되기 때문에 간접 피해액이 1,744억 원으로 총 피해액의 95% 이상을 차지하였다. 자동차 산업은 관련 산업 영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송 서비스에 영향을 미쳐 간접 피해액이 268억 원으로 총 피해액의 89% 이상을 차지하였고, 산업에 투입되는 노동량이 많으므로 타 산업에 파급되는 고용 유발 영향도 높았다. 반면, 조선 해양 산업은 상대적으로 파급되는 산업 부문의 영향 범위가 좁아 간접피해의 비율이 두 산업보다 낮았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재난 피해 추정 시에는 산업별로 고용자 수, 총 산출량,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산업 간 상호 의존성이 높은 해안지역 클러스터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분석하여 재난 관리 및 보상 정책에서 산업 간 상호작용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해일 위험 지도와 건축물 공간 정보를 중첩시켜 건축물 단위의 경제적 피해를 산정했다. 그러나 해일 위험 지도는 개별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지리적 및 환경적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 본 연구의 결과 추정치에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울산 내의 파급효과만을 추정하여 지역 간 산업의 파급효과는 알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 정밀한 해일 위험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필요하고, 해안 침수 피해 범위를 확장하여 한국의 해안 도시별 직⋅간접 피해를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상기 항목을 반영하여 연구를 진행할 경우, 국가적 재난 대응 방안 및 정책을 보다 정확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유사한 산업 구조 및 분포를 가진 해안 도시들의 지역별 경제적 영향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