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년간 국내 산불피해지에서 산사태 발생 경향 연구
Temporal Trend in Landslide Occurrences in Post-fire Areas over the Past Two Dec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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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산불피해지의 토사동태를 관찰하여 산불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피해지역의 토사재해 저감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이 연구에서는 과거 20년간 국내 산사태피해지의 산불이력을 조사하여 산불 이후 피해지역의 산사태 발생 경향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발생위험은 화재 이후 1년~5년의 경과연수에서 최대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위험은 산불로부터 5년 이내 산화된 사면이 지피식물로 덮이면서 서서히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검토한 데이터에서 산사태 발생 위험은 산불 이후 6년~10년의 경과연수에서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나타냈고, 이러한 결과는 피해목의 고사로 인해 사면의 전단저항력이 감소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위험은 피해지역 뿌리 시스템의 성장과 회복이 이루어지는 산불 이후 10년~20년 이상 동안 산불 이전 또는 비피해지의 상태보다 높아지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Trans Abstract
Analyzing the effects of forest fires on sediment dynamics is essential to establish effective mitigation measures to reduce the risk of fire-related sediment disasters, such as landslides, debris flows, and hyperconcentrated flows. The objective of this study was to investigate the temporal trend in landslide occurrences after a forest fire based on the statistical data of forest fires and landslides recorded over the past two decades. The results suggested that the landslide occurrences in the post-fire area increased the most in 1 - 5 years after the fire. Typically, landslide occurrences in the post-fire area decreased as the burnt slopes were covered with grass and shrubs within five years after a fire. However, our data showed that the frequency of landslide occurrences revealed relatively higher value until 6 - 10 years after the fire. This result was considered owing to the decrease in relative resistance to landslides initiated by root decay in the burnt slopes. Overall, the risk of landslides after forest fires is presumed to be higher than the pre-fire condition for the period that the root system of burnt slopes is regrowth and recovery (10 - 20 years or more after the fire).
1. 서 론
산불로 인한 숲의 소실은 산지의 수문 및 토사유출 체계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한다. 이 점에서 선행연구는 산불을 산사태, 토석류와 같은 파괴적 토사유출 현상을 야기하는 심각한 산림교란으로 지목하였으며(Swanson, 1981; Benda and Dunne, 1997; Meyer and Wells, 1997; Cannon, 2001; Meyer et al., 2001; Neary et al., 2003; Hassan et al., 2005; Carabella et al., 2019), 특히 화재의 발생 특성(유형, 빈도, 강도 등)이 피해지역의 지형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그 지속기간에 대해 주목하였다(Moody and Martin, 2001a; Cannon et al., 2010; Ryan et al., 2011; Sheridan et al., 2011; Rengers et al., 2020; López-Vicente et al., 2020).
산불로 인한 유역 수문과 지형의 급격한 변화는 대체로 산불 이후 수년~십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기간 화재로 손상된 산림의 토사유출 방지기능은 지피식물의 피복에 따른 토양침식량 감소, 수목근계의 성장에 따른 토양강도 회복으로 점차 안정을 되찾는다(Swanson, 1981). 일반적으로 전자의 경우, 산불 직후 회복반응이 시작되어 대략 3년~5년이 지나면 피해 이전 또는 비피해지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Lee et al., 2004; Lee and Joo, 2006; Mayor et al., 2007; Ryan et al., 2011). 반면, 후자의 경우는 복구된 숲에서 뿌리의 깊이와 밀도가 산불 이전의 상태를 충분히 회복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Gray and Megahan, 1981; Swanson, 1981; Rice, 1982; Meyer et al., 2001).
국내 산불 피해는 여름철 우기 전인 4월~5월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Lee et al., 2004; Cha et al., 2006). 그 결과, 산화된 산림의 침식반응이 가장 활발해지는 산불 직후의 피해지에 강한 비가 연속되어 다량의 토사가 화재 잔해물과 함께 하류로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Seo et al., 2010). 대표적으로 침투능이 저하된 산불피해지 토양은 강우 시 지표유출을 강화하고(Rice, 1982; Woo et al., 1983; Hubbert et al., 2012), 지피물이 사라진 산화지에서 표면유량 증가는 사면의 토양침식량과 계류의 토사유출량을 크게 증대시키게 된다(Moody and Martin, 2001b; Lee et al., 2004; Mayor et al., 2007). 유역 상류의 소계류를 중심으로는 산불 이후 황폐지에서 유출된 다량의 토사가 계상에 축적되고, 이렇게 형성된 지형이 호우 시 토석류의 발생원으로 변모하기도 한다(Meyer and Wells, 1997; Cannon, 2001; May and Gresswell, 2003; Cannon et al., 2008). 그리고 산불 피해목의 고사는 토양의 뿌리강도를 감소시켜 사면의 안정성을 저해하며, 이는 장기간 피해지역의 산사태 위험을 가중하는 원인이 된다(Gray and Megahan, 1981; Rice, 1982; Meyer et al., 2001; Cha et al., 2008).
산불피해지의 복구는 산불이 대상지의 수문 및 지형변화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을 고려하여 사업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산불피해지의 토사재해 저감대책 수립에 있어 피해지역의 토사동태를 관찰하고 화재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Cannon et al., 2010; Carabella et al., 2019; Rengers et al., 2020; López-Vicente et al., 2020). 하지만, 산림의 회복능력은 기후, 지형, 지질과 같은 환경 조건에 따라 큰 변동을 보이는 변수이기 때문에, 실제 산불 직후의 피해지에서 최적의 복구 방안과 정확한 복구 기간을 제시하는 것은 어려우며, 이를 예측하고자 현장을 직접 조사하여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또한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 과거 사례에 기반한 통계적 접근 방법은 현장의 실상과 앞으로의 변화를 추론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이 연구에서는 과거 2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산사태피해지의 산불이력을 조사하여 산불피해지 산사태 발생 경향의 시간적 변화를 검토하였다. 이를 위하여 1) 산불 이후 경과연수에 따른 산사태 발생빈도의 변화, 2) 산불피해지 사면에서 뿌리의 토양보강효과 변화와 산사태 발생의 관계를 조사하였으며, 또한 3) 산불피해지 산사태에 있어 산불의 영향기간을 추정하였다.
2. 과거 20년간 국내 산불⋅산사태 발생 현황
Fig. 1에서 과거 20년간(2001년~2020년) 국내 산불 피해건수는 총 8,871건으로 연평균 443.6건이 발생하였다. 연도별로는 2001년이 715건으로 가장 많았고, 2017년 691건, 2019년 610건, 2020년 587건 등의 순이었다. 같은 기간 산사태 피해건수는 총 10,614건으로 연평균 530.7건이 발생하였다. 특히,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20년 집중호우에 의한 산사태 피해가 6,626건으로 전체의 62.4%를 차지하였다. 또한, 2003년 이후(평균 189.6건) 감소 추세였던 산사태 피해는 2019년과 2020년에 각 894건, 2,316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산불⋅산사태 피해건수는 연강수량의 증감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Fig. 2에서 연도별 강수량과 산불⋅산사태 피해건수의 관계는 강수량이 증가할수록 산불 피해는 감소하는 반면(R = 0.547, p < 0.05), 산사태 피해는 증가하는 경향이었다(R = 0.602, p < 0.01). 특히, 산사태 피해는 대략 1,400 mm 이상의 연강수량에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Fig. 3의 연도별 산불 피해건수와 산사태 피해건수의 관계에서는 유의미한 상관이 관찰되지 않았다(R = 0.063, p = 0.802). 이러한 사실은 산불 이후 피해 산지의 산사태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연도의 산불 피해건수 증가가 반드시 그해 산사태 발생률 증가를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였다(Cannon, 2001).
3. 산불 이후 피해지역의 산사태 발생 경향
3.1 산사태피해지의 산불이력 조사
이 연구에서는 2001년~2020년까지 발생한 국내 산사태 피해지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의 과거 산불발생 이력을 조사하였다. 조사는 Table 1의 이전 연구에서 관찰된 산불의 영향기간(3년~10년 이상)을 고려하여, 산사태피해지에서 과거 10년 이상의 산불발생 이력(≥1.0 ha)이 분석에 포함될 수 있게 수행되었다. 그러므로 산불 데이터는 2001년의 산사태 피해를 기준으로 1991년~2020년까지의 기록을 수집하였다.
Table 2에 조사 및 분석에 이용된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불⋅산사태 통계자료」를 요약하였다. 이 연구에서 통계자료의 처리는 과거 산불피해지와 발생위치가 일치하는 산사태피해지의 건수를 조사하여 이루어졌다. 다만, 산사태피해지의 경우, GPS 정보가 포함된 산불피해지와 달리 지번주소만으로 발생위치를 표시하고 있어, 산불과 산사태 피해지의 일치 여부는 지번주소에 기반하여 검토되었다. 그 결과, 총 10,614건의 산사태피해지를 조사하여 산불발생 이력이 존재하는 962건(9.1%)의 산사태를 추출하였다.
검토한 산불피해지의 면적과 경사도를 Fig. 4에 나타냈다. 이는 산불피해지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GIS 프로그램(QGIS ver. 3.22)을 이용하여 개략적인 피해 범위를 추정한 후 산출한 값이다. 산불피해지 면적은 1.0 ha~13,343.0 ha의 범위로 이 중 55.7%가 3.0 ha 미만이었고, 100.0 ha 이상의 대형 산불이 5.1%를 차지하였다. 피해지역 경사도는 평균 6.5°~41.6°의 범위로 20.0° 이상의 급경사지 비율이 65.8%를 차지하였다. 한편, 산사태피해지는 발생면적, 발생유형 등에 관한 기록이 누락된 사례가 많아 그 규모와 지형을 파악하는 데 있어 많은 제약이 따랐다.
Table 3에서 국내 산사태 피해는 산림면적 비율이 높은 강원⋅경북⋅경남지역에 집중되었다. 이들 중 산불 피해지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비율은 6.9%~13.2%의 범위로 서울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지역 간 편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산사태 피해는 비피해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여름철 우기의 집중호우로 인해 촉발되었으며, Fig. 5에 나타낸 바와 같이 대부분 피해가 전국적 규모의 산사태 피해를 초래한 대표적 태풍 이벤트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2 산불 이후 경과연수와 산사태 발생의 관계
산불 이후 산사태 발생까지 경과연수를 다섯 개의 범주(1년~5년, 6년~10년, 11년~15년, 16년~20년, 21년~25년, 26년~30년)로 구분하고, 각 경과연수의 산사태 발생빈도(즉, 피해건수)를 조사하여 Fig. 6에 나타냈다. 여기서 산사태 발생빈도는 산불 피해면적(≥1.0 ha, ≥10.0 ha, ≥50.0 ha, ≥100.0 ha) 간의 비교를 위해 총 발생 건수에 대한 비율(LR, %)로 표시하였다. 그래프에서 피해면적 1.0 ha 이상의 산불피해지에 대한 LR 값은 1년 미만의 경과연수에서 3.6%로 매우 낮게 나타났고(파랑색 실선), 이는 Fig. 3의 상관분석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즉, 검토한 데이터에서 대부분 산사태가 태풍과 장마에 의한 집중호우로 촉발된 점을 고려할 때(Fig. 5), 산불 이후 화재지역의 산사태 민감성이 증가하더라도, 실제 산사태를 일으키는 직접 원인은 산불피해지에 발생한 호우 이벤트의 패턴과 규모인 것으로 추측된다(Cannon et al., 2010; Ryan et al., 2011). 다만, 이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구체적인 산사태 이력정보(발생시간, 발생위치, 발생면적 등)를 바탕으로 호우 이벤트의 양적⋅질적 특성에 관한 추가적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산불피해지에서 산사태 발생빈도는 산불 이후 1년~5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31.6%로 최대였고, 이는 전체 데이터에 대한 LR의 평균(14.3%)보다 2.2배 정도 높았다. 그리고 산불 이후 6년~10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도 LR 값은 28.5%로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LR 값은 10년 이상의 경과연수에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었으며, 산불 이후 20년 이상의 경과연수에서 최댓값의 1/10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경향은 산불과 산사태 피해지의 위치 오차를 고려하여 화재면적(≥10 ha, ≥50 ha, ≥100 ha)을 달리하여 검토한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위험은 산불 이후 1년~10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나타냈으며, 이후 약 20년 동안 점차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산불피해지의 지형변화는 산불 직후~5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가장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산지 토사유출량의 증가는 산불 이후 3년~5년이 지나 사면이 지피식물에 의해 일차적으로 피복되고 나면, 산불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Woo et al., 1983; Lee et al., 2004; Lee and Joo, 2006; Mayor et al., 2007; Ryan et al., 2011; Reneau et al., 2015). 그러므로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민감성은 산림의 회복능력에 있어 지역 간 편차를 고려하더라도 화재로 인해 황폐지 면적이 증가하는 1년~5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가장 높아지게 될 것으로 추정되며(Cannon and Gartner, 2005; Rengers et al., 2020), 이 연구의 데이터에서 산불피해 초기의 LR 값 변화는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판단된다.
Woo et al. (1983), Lee et al. (2004), Lee and Joo (2006)의 연구를 고려할 때, 검토한 산불피해지의 사면 피복율은 화재의 유형과 피해 강도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산불 이후 10년 이내에 대부분 이전에 가까운 상태를 회복하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Ma and Jeong (2008)이 산불로 지피층이 전소된 나지사면에서 10년간의 지형변화를 관찰한 결과, 피해지역의 식생 피복율은 70.0% 수준까지 회복되었고, 사면의 침식반응 역시 안정적 범위로 접어드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Fig. 6에서 LR 값은 산불 이후 10년까지의 기간 동안 여전히 높은 비율을 나타냈으며, 산불 이후 20년이 지난 뒤에야 0.0%에 가깝게 감소하였다. 즉, 산불피해지의 사면 안정성은 산불 이후 5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식생에 의해 토양층의 피복이 이루어지더라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으로 추정된다(Suzuki, 1979; Meyer et al., 2001).
4. 산불의 영향기간과 산사태
4.1 산불의 영향기간
산불은 피해지역의 토양과 수문, 그리고 뿌리강도에 영향하여 사면의 안정성을 저하시킨다(Swanson, 1981). 산불 직후 산림층과 지피층이 소실된 피해지역은 침투능의 저하와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표층붕괴 발생 위험이 산불 이전보다 증가한다(Swanson, 1981; Johnson et al., 2007; Cannon et al., 2010). 또한, 연소과정에서 생성된 소수성 물질의 침착과 토양 구조의 파괴는 표층토양의 발수성을 강화하여 강우 시 지표류에 의한 사면침식을 가속화 한다(Neary et al., 2003; MacDonald and Huffman, 2004). 산불피해 초기의 이와 같은 지형변화는 산불 이후 대략 5년 동안 지속되며(Moody and Martin, 2001a; Marten et al., 2010), 이 시기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민감성은 회복기간 중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Cannon and Gartner, 2005; Rengers et al., 2020). 하지만, 일찍이 Swanson (1981)과 Rice (1982)가 주장하였듯이 산불 이후 피해지역 사면은 지표면이 초본과 관목의 침입에 의해 피복되더라도 산불 피해목의 고사에 따른 토양층의 전단저항력 감소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된다. 그러므로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위험은 조림 또는 자연 회복된 숲의 뿌리강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산불 이전 또는 비피해지의 상태보다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산불 이후 교란된 산림에서 뿌리의 토양보강효과 변화는 피해지역의 산사태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이며, 이 점에서 산불피해지의 사면 안정성은 종종 임목수확지의 사례에 기초하여 검토되었다(Gray and Meghan, 1981; Swanson, 1981; Rice, 1982; Benda and Dunne, 1997; Meyer et al., 2001; Rengers et al., 2020). 그 결과, 전소된 산림과 강도의 벌채가 이루어진 임목수확지에서 호우 시 산사태 발생률은 교란 이후 수년~십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원래 상태로의 회복까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Gray and Meghan, 1981; Kitamura and Namba, 1987; Benda and Dunne, 1997; Abe, 1998; Brardinoni et al., 2002; Imaizumi et al., 2008).
Fig. 7은 임목수확지에서 관찰된 벌채 이후 산사태 발생 경향의 시간적 변화를 Fig. 6의 산불피해지 데이터(≥1.0 ha)와 비교한 결과이다. 임목수확지의 데이터는 Imaizumi et al. (2008)이 일본의 Sanko 유역에서 1964년~2004년까지 촬영한 항공사진을 판독하여 벌채 이후 산사태 발생률의 경년변화를 조사한 결과이다. 각 데이터 세트에서 경과연수별 산사태 현황은 그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관측기간의 총 발생현황에 대한 비율(즉, LR)로 나타냈다. 그 결과, Sanko 유역의 데이터에서 산사태 발생 경향은 국내 산불피해지에서 관찰된 결과와 일치하는 패턴을 나타냈다. 임목수확지에서 LR 값은 벌채 이후 1년~10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으며, 벌채 이후 1년~5년까지의 경과연수에서 최대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LR 값은 벌채 이후 10년 이상의 경과연수에서 점차 감소하여 30년 뒤에는 최댓값의 1/4 이하로 떨어졌다.
이 연구는 기존 문헌과 위의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산불로 인한 산림교란이 피해지역의 산사태 발생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을 다음의 3단계로 구분하여 개념화하였다.
1) 산불피해 초기 : 산불 직후부터 대략 5년까지의 기간으로 산림층과 지피물이 산화된 사면에서 빗방울과 지표류에 의한 토양침식이 활발해지고, 호우 시 침투능의 저하에 따른 표층붕괴 위험이 매우 높아지는 시기
2) 일차 회복기 : 산불 이후 대략 5년~10년까지의 기간으로 지피식물에 의해 나지사면이 일차적으로 피복되어 강우 시 토양침식은 감소하지만, 산불 피해목의 고사에 따른 뿌리의 토양보강효과 감소로 인해 사면의 불안정한 상태는 계속되는 시기
3) 이차 회복기 또는 안정기 : 산불 이후 대략 10년~2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뒤로 조림 또는 자연 복구된 사면의 산림층과 뿌리 시스템이 산불 이전 상태를 어느 정도 회복하여 피해지역의 산사태 발생 위험이 산불 직후보다 현저하게 줄어드는 시기
4.2 산불 이후 사면의 뿌리강도 변화와 산사태 발생의 관계
전술한 내용을 통해 산불피해지의 지형변화는 산불 이후 산림식생의 동적 상태변화와 수문, 사면 프로세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규모와 패턴이 결정되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산불 이후 산사태 발생은 피해지역의 지상부와 지하부에서 시간적 차이를 두고 진행되는 교란 및 회복 메커니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단기적으로 지피식물에 의한 피복을 통해 위험이 감소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뿌리 시스템의 회복과 성장이 완성될 때까지는 사면의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Fig. 7에서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위험은 산불 이후 10년 동안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산화지 또는 벌채지 사면에서 뿌리강도의 시간적 변화와 산사태 발생률의 관계를 모의 및 관찰한 여러 논문과 일치하였다. Fig. 7에 나타낸 뿌리강도의 시계열 변화(검정색 굵은 실선)은 그 중에서 Sidle (1991, 1992)의 일반 모형을 이용하여 추정한 값으로, 임목수확지 사면에서의 뿌리강도 저하율(검정색 점선)과 뿌리강도 회복율(검정색 실선)의 합으로 표현되며 Eqs. (1), (2)와 같다.
여기서, D, R은 무차원수로 각 경과연수 t에서 뿌리강도의 감소 및 증가 정도를 나타낸다. 나머지 상수(a, b, c, k, n)은 Sidle (1991)의 논문에서 라디에타 소나무의 근주저항력 실험을 통해 획득한 값이다.
국내 산불피해지의 데이터에서 LR 값의 변화는 모델로 추정한 뿌리강도의 시계열 변화에 대응하여 증감하였다. 특히, 모델의 뿌리강도는 산사태 발생이 집중되는 산불피해 초기와 일차 회복기 동안 급격히 감소하였으며(검정색 점선), 이는 삼나무, 곰솔, 낙엽송, 미송, 소나무, 너도밤나무 등의 다양한 수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목수확지의 뿌리강도실험 결과와 일치하였다(Kitamura and Namba, 1981; Tsukamoto, 1987; Cha et al., 2008). 안정기의 뿌리강도(검정색 실선)은 산불 후 10년이 지난 뒤부터 증가하여 26년~30년의 경과연수에서 최대 뿌리강도(=2.0 kPa)의 약 90.0% 수준을 회복하였고, 이 시기 산사태 발생 빈도는 Gray and Megahan (1981), Rice (1982), Imaizumi et al. (2008)이 모의 및 관측한 데로 산불피해 초기보다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물론, 이 연구에서 제시한 모델의 추정값은 대상의 지위 및 수종별 생리 차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용된 모델에서 뿌리강도 변화와 산사태 발생의 관계가 여러 논문에서 보고된 일반적 경향과 일치한다는 것은, 전술한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국내 산불피해지에서 산사태 발생의 메커니즘과 산사태 발생 경향의 시계열 패턴이 이전 연구에서 제시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5. 결 론
이 연구에서는 과거 20년간 국내 산사태피해지의 산불발생 이력을 조사하여 산불 이후 피해지역의 산사태 발생 경향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산불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경향은 산불피해 초기(산불 직후~5년), 일차 회복기(6년~10년), 이차 회복기 또는 안정기(10년~20년 이상)로 구분되는 시계열 패턴을 나타냈다. 그리고 화재로 산화된 사면에서 토양의 뿌리강도 변화는 산불피해지의 회복주기를 추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평가 요소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산불피해지의 복구와 관련하여 방재적 측면에서 바라본 인위적 개입의 필요성과 생태환경적 측면에서 바라본 자연회복의 중요성은 오랜 시간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리고 인공 복구된 산림과 자연복구 된 산림에 있어 회복 시간의 차이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 및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다만, 예측 모델의 검증 및 정확도 향상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생활권에 위치한 산불피해 초기와 일차 회복기의 산림은 조림, 사방사업 등의 인위적 개입을 통해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산화지 사면에서 수목근계의 역할을 고려할 때, 산불피해지의 복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하는 과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감사의 글
이 연구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불⋅산사태 통계에 기초하여 수행되었습니다. 연구 수행을 위해 소중한 데이터를 제공해 주신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보전연구부 산불⋅산사태 연구과의 모든 직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