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방화범들은 의도했던 화재를 신속하고, 완벽하게 처리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라이터로 직접 착화하기 보다는 촉진제로서 인화성 액체가연물을 살포하고 점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화재건수는 43,413건이며 그 중 가솔린, 등유 등 석유류 위험물이 사용된 건수는 1,008(2.92%)건이다. 방화 및 방화 의심 건수는 987건이다. 방화사건에서 석유로 위험물을 사용한 것은 94(9.52%)건이었다(
National Fire Agency, 2016). 화재 조사 시에 연소에 사용된 여러 가연물 중 특히 액체인화성 물질은 방화사건과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조사관이 무엇보다도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중요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사관에게 액체인화성 물질이 사용되었다는 결정은 그 책임이 무거우며 화재가 진행되는 동안 또는 화재 직후 완전히 증발되어 현장에서 그 성분을 발견하고 수집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판단이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또 현장에서 수집된 연소 잔해로부터 화학적 분석에 의한 양성반응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고, 화재현장 연소 잔해로부터 액체가연물을 확인하기 위해 GC/MS 분석을 할 때 다양한 물질로부터 방해물질이 발생하여(
Choi et al., 2014) 판단이 어렵다. 때문에 대안적인 방법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지만 기존의 액체가연물 사용여부 판단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바닥재의 열변형에 집중되어 있고 다양한 연구가 부족하다. 본 연구는 액체인화성 가연물이 현장에 살포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섬광화재에 대하여 고찰하여 화재조사 가설에 섬광화재를 증거로서 제시하는 것과 이에 대한 기초적인 논리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2. 선행연구
2.1 고체 가연물의 화재 특성
구획실 내에서 발생한 화재는 가연물과 환기에 의한 지배를 받으며 열방출율이 제어되는데 화재 초기에는 구획실 내에 연소에 필요한 산소의 양이 비교적 충분하기 때문에 가연물에 의해 지배되어 가연물의 배열과 물리⋅화학적 성질에 따라서 화재의 성장이 빠르거나 늦어진다(
Lee, 2017a).
대부분의 일반적인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연소에 관여되는 가연물은 고체가연물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기적인 원인 또는 담배꽁초 등 예상치 못한 사고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한 개소에서 작은 불씨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주변가연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완만하게 성장하게 된다.
고체가연물의 화재는 연소하기 위해서 열분해 또는 용융-증발을 거쳐 생산된 기체가연물이 확산연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체 가연물의 생성에 필요한 전처리 과정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고체가연물은 화염연소를 개시하는 시간과 연쇄적인 반응속도가 느리다. 일반적인 고체가연물의 구획실 화재 성장 곡선의 자유연소단계 부분은
Fig.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서히 열방출율이 상승하는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2.2 기체 가연물의 화재 특성
상대적으로 느린 고체 가연물로 부터 가연성 기체 생성의 전처리 과정에 비하여 가스 및 저비점 액체가연물의 유증은 은 별도의 가연성 기체의 생성과정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공기와 연소범위 내로 혼합된다면 점화원이 주어지는 즉시 연소할 수 있기 때문에 화염의 점화 및 화염의 전파 속도가한 빠르다(Lentii, 2005). 기체 가연물의 순간적인 연소는 섬광화재 또는 화학적 확산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2.3 저비점 액체가연물과 섬광화재
시너 휘발유 등 저비점의 석유류 액체가연물은 대기 중에 노출되면 상온에서 증발이 가능하다. 화재현장에 살포될 경우 점화이전까지 기체 가연물을 생산하고 곧 공기와 혼합되기 때문에 폭발성 혼합기체를 생성하기 때문에 종종 폭발이나 섬광화재 현상을 발생시킨다.
Kang et al. (2015)은 휘발유가 사용된 방화현장을 재현하여 살포 후 발생한 유증기에 의해 폭발이 발생하는 재현실험을 수행하였다. 점화이전 발생한 유증 때문에 화재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적 특징인 화학적 폭발과 섬광화재는 위력적인 차원에서 구분된 개념이며 실제 메커니즘 상 폭발성 혼합기체의 빠른 연소 속도에 의한 것으로 동일하다 고 볼 수 있다.
3. 이론적 고찰 및 사례
3.1 고체가연물의 외관
연소는 빛과 열을 수반하고 속도가 빠를 경우 더욱 강렬한 빛과 열 그리고 상당한 압력을 수반할 수 있다. 때문에 구획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재의 연소강도는 구획실의 창문이나 기타 개구부를 통해 외부에서 CCTV와 목격자에게 빛과 압력의 상황으로 관찰될 수 있다.
Fig. 2는 고체가연물에 의한 구획실 화재의 자유연소 단계 곡선이다.
Fig.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화재의 성장 따라서 완만한 기울기로 구획실의 온도가 높아지며 밝아진다. 온도가 높아지고, 연소생성물이 증가하면서 구획실 내부의 압력도 비례한다. 이러한 자연스런 연소과정을 외부에서 관찰한다면 작은 불에서 큰 불로 성장하는 약간 밝은 상태에서 점차 더욱 밝아지는 모습일 것이다. 연소생성물의 발생도 화재초기에는 조금씩 보이다가 점차적으로 짙은 농연이 되어 크게 뿜어져 나오는 상황일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3.2 가연성 유증의 외관적 연소상황
시너, 휘발유 등 저비점의 석유류 액체 가연물은 살포 직후 증발을 시작하며 점화 또는 인화되기 전까지 공간 내에 폭발성 혼합기를 형성한다. 형성된 폭발성 혼합기체는 점화되었을 때 고체가연물과 달리 예혼합연소로서 매우 빠르게 연소 후 소진된다. 형성된 폭발성 혼합기의 양이 많다면 점화되었을 때 폭발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적을 경우에는 섬광화재에 그칠 수 있다(
Lee, 2017a).
Fig. 3은 액체가연물이 모두 증발하여 유증의 연소 이후에 고체가연물이 화재를 일으키는 화재의 자유연소단계 화재 성장 곡선이다. 화재 초기에 기체 연료 연소에 의한 급격한 화재피크를 보이며 급격하게 감소하여 일반적인 고체가연물 화재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Fig. 4는 액체가연물의 양에 따라서 섬광 화재 이후 바닥에 광범위하게 살포된 액체가연물 액표면에 화염이 쉽게 인화되고 일반적인 고체가연물로 확대되는 화재의 자유연소단계 화재성장 곡선이다. 화재 초기에 기체 연료 연소에 의한 급격한 화재 피크를 보이고 상당량 피크가 급갑한 후 액면에 인화되어 고체 가연물의 초기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피크를 일정하게 보이다가 일반적인 고체가연물 화재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화재초기에 발생하는 섬광화재는 일반적인 고체 가연물과 달리 급격하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저비점 액체가연물의 유증 또는 가연성 가스에 의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 자체가 증거로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Fig. 5는 액체가연물의 유증 또는 가연성 가스가 관여된 화재초기의 섬광 이후 고체가연물로 확대 성장하는 화재의 자유연소 단계에서 건물 외부에서 관찰될 수 있는 불빛(광량)의 변화를 타임라인으로 나타낸 것이다. 일반적인 화재에 비하여 섬광화재는 초기부터 상당한 압력과 빛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에 의한 현상들이 관찰될 수 있으며 갑자기 밝아지거나 화염이 문틈이나 창틈으로 솟구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화재가 섬광화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화재 초기에 기체가연물이 관여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3.3 사례의 고찰
3.3.1 CCTV의 섬광화재 사례
사례(
Lee, 2017b)는 액체 가연물이 살포된 현장으로 추후 휘발유가 연소 촉진제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GC/MS 검사를 통해 확인하였다. 다음은 원거리에서 촬영된 CCTV의 영상으로부터 몇 개의 프레임을 캡처한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창문이 급격히 밝아지고 곧 어두워졌다가 서서히 밝아지며 화재가 성장하는 과정이 촬영되어 있다. 급격히 밝아지는 섬광의 과정은 단지 3개의 프레임에서만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Fig. 6은 섬광화재 직전의 모습이며,
Fig. 7은 내부의 섬광화재로 인해서 창문으로 화염의 비치며 환해지는 모습이다.
Fig. 8은 섬광 이후 즉시 섬광이 소멸된 모습이다.
Figs. 6,
7,
8은 불과 수초 내에 이루어졌으며 섬광이 창문으로 비치는 모습은 불과 3개의 프레임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완료된다. 그 다음
Fig. 9는 섬광화재로 고체가연물에 착화된 화재가 3분후 서서히 성장하여 창문으로 화염이 비치는 모습이 촬영되었다.
3.3.2 섬광화재의 목격 사례
유증의 급격한 연소로 인해 내부의 압력이 급상승 하며 외부로 분출되지만 유증이 소진된 이후 내부는 비교적 소극적인 연소로 복귀하므로 다시 급격히 압력이 낮아지는 상태로 된다. 유증이 착화되는 순간 화염은 창문 등 개구부로 뿜어져 나가는 압력상황을 보이고 뒤따르는 상대적 음압에 의해서 곧 바로 개구부를 통해 빨려 들어가 화염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을 설명하는 목격자들은 “불꽃이 뿜어져 나오다가 안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뱀이 혀를 낼름거리는 것처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풍선처럼 부풀어 나왔다가 들어갔다(어린아이의 목격 진술)”등과 같이 당시의 상황을 다양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각 진술 중 공통적인 점은 급작스런 양압에 이어 다시 음압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 선 CCTV 섬광화재의 상황과 일치한다.
4. 결 론
일반적인 고체 가연물의 연소특성과 저비점 액체가연물의 연소특성을 비교하고, 섬광화재가 촬영된 목격자와 CCTV에 관찰된 사례를 통해 광량의 급격한 증가와 감소, 압력의 급격한 증가와 감소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결론과 감식 착안사항을 도출하였다.
(1) 목재, 플라스틱 등 일반적 고체가연물에 의한 화재는 섬광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
(2) 기체가연물이 관여된 현장은 화재 초기에 급격하게 연소하며 섬광화재를 발생시킨다.
(3) 섬광화재는 CCTV 및 목격자에게 광량과 압력이 급격히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상황으로 관찰되며 이러한 자료는 섬광화재 발생의 증명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4) 섬광화재가 발생한 사실로서 저비점 석유류 가연물의 증명하고자 할 경우에는 가연성 가스 누출 등에 대한 배제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5) 일반적인 환경에서 화재초기에 섬광화재가 발생하였고 원인으로서 LPG 등 가연성 가스의 누출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저비점 액체가연물의 유증이 관여되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6) 섬광은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관찰될 수 있으므로 CCTV 분석 시 프레임 단위의 관찰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화재현장은 많은 증거물들이 소훼되고 오염되어 실제로 액체가연물이 관여된 현장에서 수집된 연소잔해의 화학분석으로 석유류 양성반응의 결과를 얻기 어렵다. 현장에서 화재초기의 섬광화재는 기체 가연물이 관여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원인으로서 LPG 등 가연성 가스에 의한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저비점 석유류 가연물의 유증에 의한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이러한 증명은 화재현장 연소 잔해의 화학적 분석에 의한 석유류 양성반응 결과 부재 시에도 조사관의 확신을 높여 줄 수 있을 만큼 가치가 높은 증거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