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국내외 연구 동향
1954년 Gutenberg와 Richter가 지진의 규모와 발생횟수간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Eq. (1)을 발표한 이래로 이 식은 Gutenberg-Richter 규모-빈도 관계식(이하 G-R 관계식으로 줄여서 부른다) 또는 Gutenberg-Richter 법칙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서, N(M)은 규모가 M보다 크거나 같은 지진의 연간 기대발생횟수(mean annual number of earthquakes)이고, a와 b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특성에 따라 정해지는 상수이다.
Gutenberg et al.(1954)은 상수
a와
b의 값을 분석한 대상 지역별로 제시하여 지역별로 그 값이 달라지는 것을 보였으며 또한 천발성 지진과 심발성 지진으로 구분하여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후 G-R 관계식은 지진의 규모와 재현기간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특히 상수
b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Scholtz(1968)는 암석시료에 대한 파괴실험을 통하여 암석시료가 파괴되기 전에 상수
b값이 감소하는 것은 암석 내부의 응력 증가 때문이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상수
b값이 감소하는 것도 지각이 받고 있는 응력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Smith(1981)는 1955년부터 1979년까지 계측된 뉴질랜드의 지진 자료에 대하여 샘플당 지진수 50개와 새로운 지진 추가수 10개(a 50-event window sliding by 10 events)를 채택한 윈도우기법(windowing technique)을 적용하여 지진의 규모와 상수
b와의 관계를 검토하였다.
그는 큰 b값을 갖는 시기에는 평균적으로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지진 활동이 미약한 즉, 큰 b값을 갖는 시기가 지나고 나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지각에 응력을 축적하는 지진 휴면기(seismic gap)를 갖는다는 Mogi의 갭 가설(Gap hypothesis)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상수
b값이 큰 값을 갖는 시기가 지나고 나서 큰 지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는데 그의 연구 자료를 보면 상수
b값이 감소한 상태에서 큰 지진이 발생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며 이는 다른 연구자들이 발견한 사실(
Scholtz, 1968;
Mogi, 1985)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Mogi(1985)는 암석시료에 대해 응력을 일정하게 유지시킨 상태에서 파괴 실험을 수행하여 응력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암석이 파괴되기 전에 상수
b값이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그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상수
b값이 감소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상수
b값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며 이러한 사실은 지진을 예측하는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단층에 가해지는 응력(stress)과 단층의 미끌어짐(slip) 사이의 관계를 묘사한 모형을 소개하였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지각 응력의 변화에 따라 지진의 활성기(active period)와 비활성기(calm period)가 교대로 반복되는 모형이다.
저자는 모형들에 대해 별도의 명칭을 부여하지 않았으나 여기에서는 응력 상한 모형(Upper stress limit model, USL)과 응력 하한 모형(Lower stress limit model, LSL)으로 구분하기로 한다.
응력 상한 모형 USL은 지각의 응력이 임계점을 지나 최대응력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걸리는 시간인 활성기는 일정하다고 가정하는 모형이다. 그대신 활성기에 지진으로 해소되는 응력은 매 주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활성기에 이어 응력이 다시 임계점까지 증가하는 비활성기도 매 주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 모형은 일본 Nankai Trough와 서일본 지역의 지진활동을 묘사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응력 하한 모형 LSL은 응력이 해소된 후 다시 임계점까지 증가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인 비활성기는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그 대신에 응력이 임계점을 지나 최대응력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걸리는 시간인 활성기는 매 주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가정한다.
두 가지 모형 모두 외부에서 가해지는 응력은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증가한다고 가정하는데 이것은 지각 판(tectonic plate)의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당 변형률(strain rate)이 일정한 판 내부의 지진(intra-plate earthquake)에 대해 합리적인 가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USL과 LSL 모형 모두 최대 응력이 발생한 시점에서 응력해소가 일시에 발생하는 형태 즉 수직적인 응력 강하를 가정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지진 발생양상과 다를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대규모 지진에 의해 일시에 응력이 해소되는 과정을 가정한 것으로 실제로는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면서 점차적으로 응력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USL 모형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균질한 암석시료와 달리 매우 복잡하고 이질적인 균열 상태와 파괴강도 등을 가진 지각 구성물질에 대해서 최대응력이 동일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이다.
반면에 지각이 파열된 후 단층에 남는 응력은 지각 구성물질의 강도가 아닌 단층면 간 미끌어짐(slip)과 연관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일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LSL 모형이 실제 지진현상과 더 부합하는 모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최대응력의 비균질성과 최소응력의 균질성이라는 점에서 USL 보다는 LSL이 실제 지진에 의한 에너지 소진과정을 더 정확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Bak et al.(1988)은 모래사태모형(sand avalanche model)을 통하여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대규모의 동적 시스템은 스스로 정상적인 임계상태(a stationary critical state)로 수렴하는 자기조직적 임계성(self-organized criticality, SOC)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SOC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진이라고 주장하였다.
Bak et al.(1989)은 지각 판의 이동과 충돌에 의해 판 내부로 응력이 지속적으로 전달됨에 따라 지각의 응력이 점차 증가하면서 국지적으로 응력의 집중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작은 균열이나 단층들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응력이 더욱 증가하면 점차 연쇄반응(chain reaction)에 의해 더욱 큰 규모의 지진들이 발생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통계적으로 정상적인 상태(a statistically stationary state)에 도달하여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응력과 지진 붕괴를 통하여 해소되는 응력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Chen et al.(1991)은 오늘날의 지각은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진 판 운동(tectonic movement)을 통하여 SOC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저자들이 직접 주기성(periodicity)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의 모래사태모형에 대한 설명은 지각에 발생하는 응력의 주기성을 암시하고 있다. 즉, SOC 상태에 있는 지각 시스템은 응력이 최고수준에 도달하면 지각 구조의 특성과 축적된 에너지의 상태에 따라 소규모부터 발생 가능한 최대 규모의 지진까지 다양한 지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축적되었던 응력이 열 에너지 등으로 소진되면서 지각의 응력수준은 낮아지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응력에 의해 지각은 다시 점진적으로 응력이 증가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최대 응력상태에서 지각의 응력이 다시 낮아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종합해보면 SOC 상태에서 지각은 응력의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주기성을 갖게 될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Liritzis et al.(1993)은 1898년부터 1985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을 대상으로 지진 에너지의 방출이 주기성을 갖는지 검토하였다. 저자들은 지진 에너지의 방출이 시변동성을 나타내며 2.3-4, 5.5-6.5, 8-9, 14-20, 31-34년의 주기가 우세하다고 분석하였다.
Main(1996)은 SOC에 도달한 시스템은 안정된 균형 상태(stable equilibrium)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준안정상태(metastability)에서 다른 준안정상태로 동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이며 단기적인 동적 변동성은 장기적인 준안정상태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한 임계안정상태에서 정상성(a stationary state of marginal stability)을 보이는 지각활동은 판 운동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에너지와 지진으로 인하여 단속적으로 방출되는 에너지가 비교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지각의 응력은 평균적인 의미에서 일정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러한 사실로부터 과거의 지진활동에 대한 자료를 이용하여 미래에 발생할 지진재해의 위험을 제한적이지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Sammonds et al.(1992)은 암석시료에 대해 시간당 일정한 변형률을 가하면서 파괴음향(Acoustic Emission, AE)을 계측하여 암석의 붕괴 과정과 이에 따른 상수
b값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이들이 수행한 암석파괴실험은 판 운동에 의한 변형을 지속적으로 받는 지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진활동의 축소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암석에 가해지는 응력이 최대 응력(peak stress)의 약 50%를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암석 균열에 의한 붕괴음을 나타내는 AE가 발생하기 시작하며 응력이 더욱 증가하면서 균열이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을 거쳐 최대치에 이른 후 다시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암석에 작용하는 응력이 변화함에 따라 b값이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응력곡선이 위로 볼록한 형태인 반면 b값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그와 반대로 아래로 볼록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반비례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대 응력 부근에서 파괴면(fault)이 형성되면서 암석이 붕괴되어 응력이 해소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상수 b값은 초기에 압축응력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탄성변형구간에서는 약 1.5 부근에서 변동하지만 파괴강도에 근접하면 0.5 정도로 급격하게 감소해가며 암석이 파괴된 후 파괴면(fault)을 따라 미끌어지는 슬립(slip) 과정에서는 약 1.7 정도의 값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암석에 단층을 형성하는 파괴가 일어나더라도 작용하는 응력 중에 일부만 해소되며 다시 시간이 경과하면 화학적, 물리적 작용에 의해 단층이 회복되고(fault healing), 단층 내부의 응력이 다시 증가하면서 동일한 응력 해소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Main(1996)은 판 경계에서 지각에 가해지는 일정한 변형과 더불어 단층에 축적된 응력의 일부만 지진 에너지로 해소되는 것은 SOC 시스템의 중요한 성질이라고 주장하였다.
Schorlemmer et al.(2005)은 전 세계에서 계측된 지진자료의 분석을 통하여 지진 발생시 단층의 종류별로 응력이 달라지며 상수
b값이 단층의 응력과 연관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저자들에 의하면 지진 발생시 응력은 역단층(thrust fault)에서 가장 높았고 주향이동단층(strike-slip fault)은 중간 정도였고, 정단층(normal fault)에서 가장 낮았으며 상수
b값은 역단층에서 가장 낮고 정단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응력에 반비례하는 관계를 보였다.
저자들은 단층 유형별 응력과 상수b 값과의 관계를 일반화시켜서 임의의 단층에서 지진이 임박해질수록 단층의 응력이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상수 b 값이 감소해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상수b 값은 지진 재해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매개변수로서 지각의 응력 상태를 판단하는 ‘응력계(stress meter)’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Corral(2007)은 개별적인 지진에 대한 발생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여러 지진들에 대한 통계물리학적인 접근은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어떤 지역의 연간 지진 발생횟수와 같은 지진활동의 특성은 시간에 대해 불변하는 정상성(stationary seismicity)을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저자가 검토한 캘리포니아주 남부지역처럼 지진이 빈발하는 곳은 연간 지진 발생횟수가 정상성을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지진 발생횟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은 연별로 차이가 클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지진활동이 나타내는 SOC의 특성이 지각의 응력 즉 지진 에너지의 정상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지진 발생 횟수 보다는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이 오히려 정상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서는
Lee et al.(1980)이 1926년부터 1943년까지의 한반도에서 계측된 지진 자료 91개를 분석하여 G-R 관계식의 상수
b = 0.80을 구하였다. 저자들은 상수
b값이 해당 지역의 지각운동(tectonics)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개변수로서 그 범위는 대략 0.7에서 1.0 사이에 있음을 밝히고, 지진자료의 축적에 따라 우리나라의 상수
b값이 다소 달라지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Noh et al.(2000)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계측된 기상청의 지진 기록을 이용하여 G-R 관계식의 상수
a = 5.66,
b = 1.11을 구하였다. 저자들은 기존에 기상청에서 분석한 상수
b 값에 비해 저자들의 값이 ‘매우 큰 값’이기는 하지만 한반도가 속한 안정화된 대륙에 대한 외국의 연구 사례에서 나타난 1.01과 부합하는 수치라고 주장하였다.
Park et al.(2002)은 1978년부터 2001년까지 기상청에서 관측한 규모 2.3 이상의 지진 456개에 대하여 G-R 관계식의 상수
a = 3.49,
b = 0.87 을 구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구해진 G-R 관계식을 이용하여 규모 3.0에서 5.0까지 지진 규모별 재현기간을 산정하였다.
이상에서 지진에너지와 G-R 관계식의 상수들에 대한 국내외 연구 동향을 살펴본 결과 국외에서는 지각의 응력변화에 대한 메커니즘 규명과 지진 예측을 위한 매개변수로서의 상수 b값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척시켜온 반면 국내에서는 상수b값의 산정과 재현빈도별 지진의 규모를 판단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국외에서 지진에너지의 주기성에 대한 연구와 지각의 응력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에 대한 모형연구가 있었지만 지진에너지의 시변동성에 대한 모형의 제시와 이에 대해 계측 지진자료를 이용하여 검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